쿠팡과 네이버의 전략은 물류로 나뉜다

국내 커머스는 쿠팡과 네이버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커머스 물류를 도메인으로 하는 서비스 직무에서 일하고 있지만 물류 자격증이 있다거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 제 생각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1년 정도 넘게 커머스 물류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네이버와 쿠팡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우선 두 회사의 서비스를 물류 구조 중심으로 양분해보면 쿠팡은 물류 내재화를 통한 직매입 중심, 네이버는 물류 연맹을 통한 오픈마켓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도메인이 물류이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물류의 구조가 결국 상품의 구조로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혹시 다른 시각으로 두 회사의 구조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네이버랑 쿠팡이 경쟁구도라고 하더라도 쿠팡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저러다가 쿠팡은 망할 거야'라고 말할 만큼 물류센터를 내재화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들을 이어왔던 데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최근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물류센터를 지어서 상품을 위탁하는 것보다 더 싸게 직매입하고 재고 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만이 장점이 아닙니다. 쿠팡은 자체 개발한 물류 프로세스와 전체적인 관점에서 비효율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머스의 승자는 쿠팡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예로 쿠팡의 '랜덤 스토우'라는 아래 이미지의 작업 방식이 있습니다. 기존의 물류방식은 아래 이미지의 왼편의 모습과 같습니다. 여러 개 상품으로 구성된 하나의 주문단위가 들어오면 각각의 상품들이 위치한 곳에서 상품을 하나씩 꺼내 하나의 주문을 구성하게 되죠. 그러나 쿠팡의 '랜덤 스토우'는 AI를 활용해서 하나의 주문을 이루는 상품들을 한 번에 가져가서 포장할 수 있도록 같은 선반에 위치시키게 되어 두번 세번 왔다갔다 하며 포장해야 할 하나의 주문을 한 번의 이동으로 포장할 수 있도록 몇 배를 효율화 시킬 수 있는 개념입니다. 반면,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여러 커머스들을 화주로 두고 있는 택배사들의 경우 주문의 출처가 다양하기에 조금 더 작업에 난이도가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네이버는 NFA (Naver Fullfillment Alliance) 라는 물류 동맹 연합군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NFA가 네이버의 자회사도 아니고 외부 회사이면서 동맹을 맺은 관계이기 때문에 내재화 되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저도 네이버 내부자는 아니어서 어느 정도까지 네이버가 물류 연합군에 관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쿠팡보다는 물류 역량이 상대적 열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네이버가 지향하는 가치라든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풀필먼트를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물류센터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른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품을 취급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쿠팡은 상품을 직접 협력사로부터 매입을 해서 재고 관리나 보관 뿐만 아니라 CS까지 도맡아서 직접 유통을 하는 반면 네이버는 NFA 사들을 활용해서 재고관리 및 보관을 처리하고 CS는 오픈마켓이기에 협력사들에게 책임이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쿠팡은 직접 판매를 하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네이버는 판매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 제공자에 가까운 위치인 것이죠. 가끔 네이버 스토어에서 구매한 상품에 대한 CS 접수는 협력사를 통해서 처리해달라는 답변을 받으실 수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PB 상품 존재 여부도 커머스의 구조에 따라 나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 생각에 쿠팡의 구조는 앞으로 더 큰 힘을 가지게 될 것 입니다. 최근 들어 휴일 배송 , 편의점 배송 등 새로운 형태의 배송 서비스들도 등장하고 있고 물류센터의 자동화 설비가 얼마나 작업을 효율화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물류 기술과 관련된 박람회도 다녀보고 신기술을 도입했다는 타사의 물류센터들도 방문해 본 결과 물류의 완전 자동화가 1-2년에 걸쳐 완성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다만 쿠팡이 10년 이상 소요되는 로켓배송이라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끝내 완성했듯이 물류 자동화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은 반대로 물류 내재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부족한 기업의 경우 쿠팡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내부에서 수직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라고 지시하는 것과 타협하고 계약을 반복하는 협력 관계에서 물류 자동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분명 효율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 쿠팡이 공정위 이슈라든가 많은 어뷰저들의 타겟이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만 그 만큼 비즈니스가 성장했고 지배력이 강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기에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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